"게임업계 이대로면... 바다이야기 사이트 때처럼 될 수도

2000년대 중반 '바다이야기 사이트' 사태. 15년 전 일이라 구체적 내용은 떠오르지 않지만, 그 이름만큼은 뇌리에 강하게 각인돼있다. 그 사태로 인해 게임 산업 전반을 다루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될 정도였다. 국회의 '게임특화' 비서관으로 불리는 이도경 비서관(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최근 확률형(뽑기) 아이템 논란을 보면서 바다이야기 사이트 사태를 떠올렸다. 또 1980년대 미국의 '아타리쇼크'를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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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확률형 아이템 중심의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그때(바다이야기 사이트 사태)와 같은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있는 건가. "그렇다. 정도가 심해지면 1980년대 미국의 '아타리쇼크'와 같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당시 미국의 게임 산업이 단기간에 성장하며 게임사들은 질 낮은 게임을 속도전으로 찍어내기 시작했다. 엉망인 게임들이 계속 출시되다 보니 한순간에 이용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해 산업 전체가 사양화의 길을 걷고 말았다."

이 비서관은 "확률형 아이템 그 자체가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예측할 수 없는 결과야말로 게임의 본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것이 페이 투 윈(pay to win, 돈을 들여야 승리 및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구조)과 결합하며 문제가 생겼다"는 지적을 이어갔다. 그는 "돈을 들여도 원하는 아이템을 얻을 수 없고 행여 낮은 확률을 뚫고 많은 돈을 투자해서 원하는 아이템을 뽑더라도 문제다. 게임사가 대규모 업데이트 후 아이템 인플레이션을 일으켜버리기 때문이다"라며 "예를 들어 500만 원짜리 A급 칼을 힘들게 뽑았는데 어느 순간 A급 칼이 쫙 깔려버리고 S급 칼이 등장하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 원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게임 그 자체가 재밌어야 하는데 게임사가 뽑기 요소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며 "지금의 게임 생산 구조는 똑같은 엔진(확률형 아이템)에 겉만 바꿔 차를 찍어내는 모양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진 '에이, 무슨 게임 갖고'란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이용자들의 산발적 의견은 묻히기 일쑤였다"며 "하지만 이번처럼 함께 목소리를 내니 게임사도 긴장하고 있다. 앞으로도 많은 이용자들이 소비자 권익의 관점에서 목소리를 내줬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 비서관은 확률형 아이템 문제 외 E스포츠 분야의 새로운 정책도 구상하고 있다. 그는 "'E스포츠(전자스포츠) 진흥에 관한 법률'의 경우 기존 '스포츠산업 진흥법'의 탈을 쓰고 있다 보니 E스포츠의 특징을 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말하긴 아직 조심스럽지만 E스포츠를 망치는 잡초를 솎아내기 위한 정책을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아래 이 비서관과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국회에서 일하는 '여명의 빛' - 게임 이용자들이 들어도 인정할 만한, '내가 이 정도로 게임을 했다'라는 걸 증명할 만한 경력이 있나. "'롤(LOL, 리그 오브 레전드)'의 모태가 되는 '카오스(워크래프트3 유즈맵)'라는 게임이 있었다. 그 게임 유명 클랜의 샤먼, 즉 부회장을 맡기도 했다." - 몸 담았던 클랜이 꽤 유명하던데. "그렇다. 로망(RoMg)클랜은 유명하다. 여러 대회에서 우승했다." - 프로게이머도 많이 배출하지 않았나. "그렇다. 마린(Marin), 꼬마(kkOma), 래퍼드(Reapered) 같은 친구들을 배출했다. 저의 경우 와우의 엘룬서버에서 얼라이언스 진영(종족처럼 게임 중 선택하는 한쪽 세력)으로 25인 하드 리치왕을 퍼스트 킬(최초로 제거)했다." - '여명의 빛' 칭호를 받았다던데. "보스를 잡으면 주는 칭호다. 와우를 너무 좋아하다보니 그 게임에 나오는 칼의 실물을 40만 원이나 주고 샀다(웃음)." - 여전히 게임에 대한 시선이 부정적이다. WHO에서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에 등재했고(2022년 발효),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질병코드 등재와 관련 걱정되는 지점이 있다. 2년 전 이슈가 됐을 때 한국게임산업협회에서 '게임은 문화다'란 캠페인을 진행했다. 당시 이용자들은 전체적으론 질병코드 등재에 반대했지만 한편으로는 '협회가 그런 캠페인을 할 자격이 있냐'는 자세를 취했다. 즉 '우리나라 게임사가 문화라고 이야기할 만한 게임을 내놓기 위해 노력하고 있느냐'는 비판이었다. 내년이면 또 질병코드 등재가 이슈로 떠오를 건데 자중지란에 빠질까 걱정이다." "뽑기는 양념이어야"

- 이용자들 의견에 공감되는 지점이 있다. 게임 문외한인 제가 최근 게임 광고들을 보는데 의아하더라. 콘텐츠보다 확률형 아이템만 홍보하는 모습을 자주 봤다. "게임 그 자체가 재밌어야 하는데 게임사가 뽑기 요소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게임의 콘텐츠가 잘 갖춰진 상태에서 뽑기 요소를 양념 수준으로만 치면 괜찮다. 그런데 지금의 게임 생산 구조는 똑같은 엔진(확률형 아이템)에 겉만 바꿔 차를 찍어내는 모양새다." - 콘텐츠 개발보다는 돈을 버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인가. "게임사도 기업이니 수익을 창출하는 것에 뭐라고 할 순 없다. 하지만 수익 창출 구조에 문제가 있다면 국가도 나설 필요가 있다. 저희도 법적 규제는 가급적이면 피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특히 게임 산업의 경우 그동안 규제 일변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률형 아이템 문제의 경우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 콘텐츠의 중요성 측면에서 '배틀그라운드'가 긍정적인 사례로 평가되더라. "우리나라 게임 중 '배틀그라운드', '검은사막'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인정받는 중소 인디게임도 많다." - 게임사들은 확률형 아이템 모델이 아니면 게임이 안 팔린다는 하소연도 내놓더라. 하지만 위 사례가 반론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이상적인 이야길까. "저도 개발자가 아니니 명확히 알 순 없지만,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긴 해야 한다. 확률형 아이템이 아닌 대안을 발굴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배틀패스를 생각해볼 수 있다. 게임 중 일정 기간 동안 과제를 수행하면 아이템 등을 보상하는 모델이다. 서구권 국가에선 이 모델을 많이 반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카트라이더'도 확률형 아이템 요소가 많이 들어가기 전까진 배틀패스 시스템이었다." - 아, 카트라이더도 문젠가. "컴플리트 가챠(유료 아이템 결과물을 합성하는 이중·삼중 뽑기)가 들어가 있다 보니..." - 게임 문외한인 제가 그나마 했던 게임 중 하나인데. "(웃음)" "원성 높은 아이템 인플레이션" - 확률형 아이템 중심의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그때와 같은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있는 건가. "그렇다. 정도가 심해지면 1980년대 미국의 '아타리쇼크'와 같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당시 미국의 게임 산업이 단기간에 성장하며 게임사들은 질 낮은 게임을 속도전으로 찍어내기 시작했다. 엉망인 게임들이 계속 출시되다 보니 한순간에 이용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해 산업 전체가 사양화의 길을 걷고 말았다. 확률형 아이템 그 자체가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예측할 수 없는 결과야말로 게임의 본질이다. 그런데 그것이 페이 투 윈(pay to win, 돈을 들여야 승리 및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구조)과 결합하며 문제가 생겼다. 돈을 들여도 원하는 아이템을 얻을 수 없고 행여 낮은 확률을 뚫고 많은 돈을 투자해서 원하는 아이템을 뽑더라도 문제다. 게임사가 대규모 업데이트 후 아이템 인플레이션을 일으켜버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500만 원짜리 A급 칼을 힘들게 뽑았는데 어느 순간 A급 칼이 쫙 깔려버리고 S급 칼이 등장하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 원성이 높다." - 확률형 아이템 관련 정책 외에 구상하고 있는 활동이 있나. "'E스포츠(전자스포츠) 진흥에 관한 법률'의 경우 기존 '스포츠산업 진흥법'의 탈을 쓰고 있다 보니 E스포츠의 특징을 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긴 아직 조심스럽지만 E스포츠를 망치는 잡초를 솎아내기 위한 정책을 준비 중이다." - 게임 관련 이슈의 경우 정책에 반영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 게임 이용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확률형 아이템 이슈가 공론화될 수 있었던 건 이용자들의 집단화 덕분이었다. 지금까진 '에이, 무슨 게임 갖고'란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이용자들의 산발적 의견은 묻히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번처럼 함께 목소리를 내니 게임사도 긴장하고 있다. 앞으로도 많은 이용자들이 소비자 권익의 관점에서 목소리를 내줬으면 한다. 일각에선 이용자들의 집단화가 정책의 편향성을 불러올 거라는, 소위 '흑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게임을 둘러싸고 그동안 의견을 내왔던 쪽은 학계나 대관팀이 마련돼 있는 대규모 회사들뿐이었다. 그동안 이용자의 목소리를 들을 소통 창구는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업계는 언제든 목소리를 내도 되는데 이용자는 그래선 안 된다는 의견엔 동의할 수 없다."